(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늑장 플레이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김주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지난 3일(한국시간) 끝난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때 김주형의 늑장 플레이를 많은 전문가가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최종 라운드 6번 홀(파5) 플레이였다.
골프다이제스트가 기사에 붙인 영상을 보면 김주형은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뒤 두 번째 샷을 준비하고 있었다.
동반 선수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두 번째 샷을 날린 뒤 김주형이 자신의 볼 앞으로 이동하는 데 42초가 걸렸고 23초 동안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그는 연습 스윙도 네 번이나 했다.
샷을 하기까지 1분 5초가 걸렸다.
더구나 김주형이 때린 볼은 바다로 날아갔다. 바다는 OB 구역이다.
골프다이제스트는 "네 번의 연습 스윙과 23초 동안 어드레스를 한 끝에 볼을 태평양으로 날리는 건 끔찍한 일"이라고 비꼬았다.
이어진 영상에서 중계방송 해설가 프랭크 노빌로와 짐 갤러거는 김주형이 지나치게 시간을 끈다고 질책하는 말을 주고받는다.
갤러거가 "왜글(클럽을 가볍게 흔드는 예비동작)을 좀 덜 하면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자 노빌로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날 함께 경기한 김주형, 로즈, 그리고 캠 데이비스(호주)는 경기 후반에 결국 늑장 플레이로 경고받았다.
김주형, 로즈, 데이비스 바로 뒤 조에서 경기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프 슈트라카(오스트리아), 셰인 라우리(아일랜드)는 18홀을 마치는데 5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김주형은 PGA 투어에서 느림보 선수로 꽤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경기할 때도 플레이가 늦어 지적받은 적이 있다.
문제는 최근 PGA 투어에서 늑장 플레이에 대한 논란과 반감이 거세다는 사실이다.
LIV 골프에 맞서느라 거액의 투자를 받아낸 PGA 투어 수뇌부는 경기를 더 빠르고 박진감 넘치게 바꾸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48명만 출전하는 LIV 골프와 최근 시작한 TGL 경기의 속도감은 PGA 투어가 따분하다는 인상을 줬다.
정상급 선수한테도 출전 기회를 주는 특급 지정 대회(시그니처 이벤트)를 창설하고 일반 대회도 선수를 줄이는 것도 빠른 경기 진행으로 박진감을 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PGA 투어는 경기 진행을 촉진하려고 샷 클록을 도입하고 늑장 플레이 선수 징계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끝난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때 방송 중계해설을 맡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7승의 도티 페퍼는 경기 시간이 늘어지자 "늑장 플레이는 (동료 선수와 팬 등에 대한) 존중심이 없어서 생긴다. 동료 선수와 팬, 방송사 모두를 위해 빠른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일갈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PGA 투어 고참 선수 찰리 호프먼(미국)은 4일 동료 선수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근 대회에서 늑장 플레이에 대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출전 선수를 줄이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수들이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늑장 플레이에 경각심을 갖자는 목소리가 높을 때 김주형이 걸려든 것은 이번 시즌 들어 겨우 예전 경기력을 되찾아가는 김주형에게는 나쁜 신호라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코스 안팎에서 태도 논란에 휩싸였던 김주형은 이제 늑장 플레이의 주범이라는 낙인을 피하려면 각성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