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골프는 인생과 비슷한 스포츠라서 항상 역경이 존재한다. 어제의 역경을 선수 활동의 원동력으로 삼겠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입성한 미국의 윌리엄 모우(24)는 지난 18일(한국시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피트 다이 스타디움 코스(파72·7천210야드)에서 치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880만달러) 2라운드 16번 홀(파5·600야드)에서 무려 13타 만에 홀 아웃하는 '옥튜플 보기'를 범했다.
이름도 생소한 옥튜플 보기는 한 홀에서 8타를 잃는 것을 말한다.
16번 홀엔 그린 왼편에 턱 높이가 5.4m에 달하는 위협적인 벙커가 있는데, 공이 이에 빠지면서 경기가 꼬였다.
모우는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쳤지만, 두 번째 샷이 문제의 벙커로 빠졌다.
모우는 엄청난 높이의 벙커에서 탈출하기 위해 강하게 쳤고, 공은 그린을 넘어 반대편 경사지로 떨어졌다.
네 번째 샷은 다시 그린을 넘어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모우는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샷으로 벙커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7번째 샷은 힘 조절에 실패해 다시 반대편 경사지로 떨어졌다.
8번째 샷은 그린에 올라가는 듯했으나 다시 데굴데굴 구르면서 반대쪽 벙커로 들어갔다.
그는 9번째 샷으로 페어웨이에 공을 올렸고, 10번째 샷은 그린 밖으로 흘러갔다.
11번째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려놓은 모우는 두 차례 퍼트로 겨우 16번 홀에서 빠져나왔다.
멘털이 흔들린 모우는 17번 홀(파3)에서도 트리플 보기를 기록했다.
모우는 니클라우스 토너먼트 코스에서 치른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으나 2라운드에서 9오버파 81타를 치면서 곤두박질쳤다.
19일 라킨타 CC에서 치른 3라운드에선 5언더파 67타를 쳤지만, 2라운드 16번 홀의 부진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3라운드 합계 이븐파 216타로 컷 탈락했다.
모우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된다"라며 "골프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스타디움 코스는 선수들을 괴롭히는 설계로 악명 높은 피트 다이의 작품이다.
특히 모우가 고생한 16번 홀의 벙커는 압도적인 높이로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란 별명까지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