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경기. 후반전 정우영이 팀 여섯번째 골을 넣은 뒤 이강인과 기뻐하고 있다. 2023.10.17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실전 점검 기회였던 10월 A매치 기간 축구 국가대표팀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13일 튀니지와의 경기(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4-0 완승을 거둔 데 이어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베트남을 상대로 6골을 폭발하며 6-0 대승을 챙겼다.
2경기에서 10골을 몰아치고 실점은 하나도 하지 않으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고무적인 건 이달 초까지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앞장선 뒤 곧장 이번 A매치로 합류한 선수들이 활약을 이어가며 활력을 불어넣은 점이다.
이번 A매치 기간 클린스만호에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중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 정우영(24·슈투트가르트), 홍현석(24·헨트), 설영우(24·울산)가 이름을 올렸다.
(수원=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경기. 한국 이강인이 자신에게 연결된 패스를 받아내고 있다. 2023.10.17 [email protected]
이들은 이전에도 클린스만 감독이 뽑은 적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계기로 한층 오른 자신감을 A대표팀에서도 발산하며 2연승에 단단히 한몫했다.
이강인은 프랑스 최고의 명문 팀 파리 생제르맹에 입단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유럽 무대에서 오래 활약할 발판을 마련한 뒤 나선 이번 A매치에서 이제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닌 '현재'임을 분명히 했다.
손흥민(토트넘)이 결장했던 튀니지전에서 멋진 왼발 프리킥으로 A매치 데뷔골을 뽑아낸 뒤 두 번째 골까지 터뜨렸고, 베트남과의 경기에선 풀타임을 소화한 가운데 1골 1도움을 보태며 펄펄 날았다.
아시안게임에서 8골로 득점왕에 올라 금메달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 정우영은 2경기 모두 후반 교체로 출전한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떨쳤다.
(수원=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경기. 후반전 정우영이 팀 여섯번째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10.17 [email protected]
2선에서 다양하게 움직이며 원래 골을 많이 넣는 선수는 아니었던 그는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득점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는데, 베트남전에선 후반전 중반 교체 투입된 뒤 후반 41분 자신의 A매치 3호 골로 팀의 마지막 득점을 남겼다. 그의 A매치 득점은 지난해 6월 파라과이와 평가전 이후 1년 4개월 만이었다.
그동안은 이름이 같은 베테랑 미드필더 정우영(33·알칼리지)에 이은 '작은 정우영'으로 더 많이 불렸던 그에게서 서서히 '작은'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지는 모양새다.
아시안게임 때 중국과의 8강전 '송곳 프리킥 골' 등으로 각인된 홍현석은 튀니지전 애초 선발이던 황인범(즈베즈다)이 경기 전 몸을 풀다가 근육 이상을 느껴 뛸 수 없게 되면서 전격 선발 출격, 중원을 누비며 임무를 완수했다.
(수원=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경기. 한국 이강인과 설영우가 베트남 선수들과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 2023.10.17 [email protected]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나섰던 설영우는 이달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으로 대표팀 풀백 한자리를 확실히 꿰찬 모습이다.
3월 A매치 기간 도중 다친 김진수(전북)의 대체 선수로 처음 발탁된 뒤 연이어 기회를 얻은 설영우는 9월 A매치 2경기 모두 선발로 나선 뒤 아시안게임에 다녀와 이달에도 연속 선발 출전했다.
이제 다음 달 A매치 기간에는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이 시작되고, 내년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이어지는 등 실전 대회를 줄줄이 앞둔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이 전면에 나서는 건 팀의 에너지 레벨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다.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이 이후 성인 대표팀에서 입지를 굳히는 장면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볼 수 있었다.
이미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였던 손흥민 외에 황의조(노리치)나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 등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던 A대표팀에서도 중심에 서며 카타르 월드컵까지의 여정을 함께 했고, 16강 진출의 주역으로 빛났다.